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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은 대장간 앞에서 열심히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 아르사하가 와서

깎아달라고 하면 간단하게 해결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명색이 대족장

이나 되어서 시장의 장사꾼과 흥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힘들다.

론시타를 나와 울부짖는 흑룡의 달을 하루 앞둔 일행은 관도 위에 앉은 어떤 마

을에 들어서게 되었다. 별 다른 용건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마을이었지만, 우리는

이 마을에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제아무리 육로로 간다고 해도 요수족이 위험해지지 않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어떻게는 그들을 억누를 수단이 필요한데, 인력의 소모와 피해를

방지하고 그들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수단으로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쇠사슬이다.

요수족의 사람들이 순순히 그것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 자기조절은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항변이었으나, 만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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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라는 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고, 일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대족장님

의 안위라는 것이 짐바추의 논리였다.

요수족들은 결국 짐바추의 논리에 꼬리와 깃털을 내리게 되었고,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쇠사슬에 묶여 만일의 소란을 방지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그래서 찾아온 대장간이다.

“바쁜 여행을 해야 하는데 요수족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이 많더

군. 그래서 이맘때쯤 되면 늘 강철쇠사슬을 많이 만들어 두지.”

아란과의 치열한 흥정을 벌였던 늙은 대장장이는 일곱 벌의 쇠사슬 억압구를 건

네주며 그리 말했다. 아란은 능숙한 솜씨로 흥정에서 승리해 70네다만 지불하고는

쇠사슬을 챙겨 손수레에 실었다.

요수족의 다양한 파벌을 위해서 준비한 듯이 보이는 억압구는 이것이 한두 번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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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솜씨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음, 화나면 채찍 드는 여자에 쇠사슬로 묶인 동물 친구들이라. 이거 무슨 본디지

클럽(Bondage club)도 아니고, 뭐하는 꼴인지 모르겠다.

손수레를 끌고 가던 아란은 무심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변태들 중에 사슬에 묶이는 걸 좋아하는 놈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나한테 무슨 말을 바라는 거니?”

“아니에요, 주인님. 열쇠도 있으니까 풀기는 그리 어렵지 않겠네요. 설마 힘으로

끊어버리지는 않겠죠?”

“그것보다도 쇠사슬로 묶었다고 화낼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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