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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없다.

대항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늘 그렇듯 그것에 순응하고 자신을 맞추는 수밖에

는 없지.

그렇지만 그 맞출 수밖에 없는 사정에 실릴 수 있는 안타까움이란 정말로 큰 것

이다.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안타깝다.

“잠시만….”

“아, 네.”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뒤에 난 찻잔을 마저 비웠다. 갈엽초 차의 달고도 씁쓸

한 맛이 혀에 아릿하게 남아있었다.

어쩐지 쓴 맛이 더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그녀의 마음이 꽤나 심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차는 타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고들 하니까.

“주인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뭐지, 아란?”

아르사하와 나의 잔시중을 들던 아란이 내 찻잔에 차를 따르며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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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아란은 말했다.

“대족장님과 산책이라도 나가시는 것이 어떠할까요?”

“산책? 뜬금없이 웬 산책?”

“대족장님의 기분이 많이 우울하시니 산책이라도 같이 하시면서 기분을 풀어주시

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아마도 주인님이 함께 가주신다면 대족장님 기분도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건방졌다면 죄송해요.”

으음… 산책이라고?

교역항만도시인 론시타는 교역항으로서 발달된 도시이지만, 교역을 한다는 건 많

은 사람이 오간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구경거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지. 게다가 그

저께 심심해서 가본 관광용으로 만든 바다 옆 산책로는 꽤나 괜찮은 편이었다.

산책을 하면서 기분을 풀 때는 편하게 이야기 할 상대가 옆에 있어야겠지. 우리

일행 전체를 벗어나 니아런 전역에서 그녀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나

하나뿐일 것이다. 아란의 판단은 적절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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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일행에서 나처럼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산책을 가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데… 너 표정이 왜 그러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란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보다가 얼른 정색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아란이 극구 부인하는 걸 보면 나에게 말하기 힘든 뭔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에이, 아무래도 상관없지.

나는 조심스레 차를 한 모습 마시며 생각을 정리했다. 일행의 일은 신경 쓰지 않

고 하루 놀아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겠지.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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