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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게 되었다.

오히려 호위를 서겠다는 걸 만류해야 할 정도로 국경수비대나 관도 인근의 지배

자들은 우리들에게 호의를 드러내었다. 정확하게는 우리 일행이 아닌 아르사하였

지만.

관도를 따라서 쭈욱 북서쪽으로 올라다가보면 다우나스 해와 노아센 해를 지나는

배를 탈 수 있는 항만도시 론시타가 나오게 되는데, 그 전까지는 또 작은 산맥 하

나를 더 넘어야 한다.

다아센 산맥에 비하면 뱀과 지렁이의 크기 차이였지만, 국경수비대도 제대로 순

찰을 돌지 못하는 다아센 산맥이 넘어가지 못할 정도로 험악할 뿐이다. 우리가 넘

어야 할 ‘파시’ 산맥은 길도 완만하고 길도 잘 닦여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 말을 그대로 드러내듯, 파시 산맥은 산맥이라기보다도 구릉지가 일렬로 늘어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봉우리들과, 그 근처를 느긋하게 떠도는 흰 구름,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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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얗게 덮인 만년설…….

만년설?!

나는 잠깐 눈을 비비고 다시 앞을 보았다. 아무리 눈을 비벼도 봉우리와 구름이

맞닿아있는 높이에 깔려있는 만년설은 결코 허상이 아니었다.

나는 아란과 체스를 두느라 주변 경관에 여념이 없는 윌터를 불렀다.

“윌.”

“왜?”

“파시 산맥은… 지나가기 편한 산맥 아니었어?”

“물론 그렇지. 근데 왜?”

윌터는 곁눈질로 흘끔 나를 보았다. 체스에 무서우리만치 집중하는 그 성격에서

최대한으로 할애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나는 저 앞에 보이는 파시 산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 저거 만년설 아니야? 봉우리도 꽤 높아 보이는데?”

“응? 아아. 그렇군. 앞으로 한 3일 거리겠어. 걱정하지 마. 우리가 지나갈 길은

오른쪽 중간쯤에 있는 협곡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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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터는 대충 손을 들어 가리켰고,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협곡이란 걸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1밀리미터만 옮겨도 실제로는 엄청난 거리가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천천히 산맥을 오른쪽으로 훑었다. 그러다 이내 산맥이 단절되려다

만 칼자국 같은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것이 그 협곡인가?

윌터는 때마침 답변을 해주었다.

“보면 알겠지만, 시타 산맥은 지나다니기 편할 뿐이지, 관도 바깥은 다아센 만큼

이나 위험한 곳이야. 게다가 겨울에는 눈사태도 자주 일어난다고 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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