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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사하와 난 거친 숨을 씩씩 몰아쉬고 있었다. 협곡을 올라오는 몇 백미터는

됨직한 길을 쉬지 않고 뛰었으니 당연하다. 게다가 나는 배낭까지 맨 채로 그렇게

뛰었다.

수파네에게 쫓길 때 보다는 여유로웠지만, 힘들다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르사하는 내가 숨을 고르는 사이 계곡 밑을 살폈다.

“싸움은, 후욱! 어떻습니까?”

“아직도, 싸우고는 있는데, 콜록! 유리해요. 그리고 아직도 포기 안하고 올라오

는 친구들이 있네요.”

제길. 이쯤 하면 그만 좀 포기하란 말이다!

이대로라면 일행에게 돌아가는 것도 무리다. 좁은 길에서 싸운다면 어차피 서로

가 리스크를 짊어지기 때문에 해볼 만한 싸움이겠지만, 위험은 최대한으로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혹시라도 난간에서 벗어나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 때는 목숨을

장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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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르. 식량은 얼마나 있어요?”

“얼추, 나흘 치는 됩니다.”

나는 숨을 조절했고, 아르사하는 생각하면서 내가 숨을 고를 틈을 주었다. 그러

나 그녀의 생각은 내가 숨을 고르는 시간보다 빨리 끝난 것 같다.

“이대로 파시 산맥을 걸어서 넘어가도록 해요. 아란에게 양피지 받았죠?”

“네. 여기 있습니다.”

“연락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네요. 일행과는 계곡 출구에서 만나는 걸로 하죠.

혹시라도 협곡의 관도에 패거리가 숨어있을 지도 모르니까. 어서 출발하죠. 녀석

들이 거의 다 왔어요.”

“아, 네.”

아르사하는 재빨리 숲 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배낭을 추슬러 올리고서는 그녀의

뒤를 쫓았다. 우리가 숲 속으로 들어간 지 얼마 쯤 지나서야 뒤에서 시끄러운 목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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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고르기 위해서라지만, 추적자가 있는 마당에 너무 많이 쉰 것도 같다. 그러

나 아르사하가 괜찮다고 여긴 것 같으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실제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이 울창한 침엽수림은 우리의 모습을 쉽사리 감춰주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가지가 무릎 높이까지 솟은 덤불들은 추적자들로부터 우리의 모습을

훌륭하게 가려줄 것 같았다. 목소리들이 점점 멀어지고, 나와 아르사하가 내는 소

리 밖에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우린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와 아르사하는 그렇게 달이 머리 위까지 솟을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달빛이 머리위로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나무와 바위로 이루어진 적당한 공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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