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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업고 그렇게 달릴 수 있다니, 애초에 기본 자체가 틀린 종족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밤 되기 전에는 가야겠지?”

“…업혀서 가는 건 이제 사양이야. 멀미난단 말이다.”

“나도 그럴 체력 없어. 걸어서 가야지. 너 속 좀 차리고서 바로 출발하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나는 진심으로 안심하며 바위에 기댄 채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 물을 마셨다. 그

리고는 심호흡으로 머리에 신선한 공기를 집어넣으며 정신도 가다듬었다.

멀미 때문에 위장이 엉망이라서 그렇지, 체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대로

한 10분 정도만 쉬고 나면 금세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멀미에는 안정적 휴식

외에 특효약이 없다지.

“나도 물 줘.”

“자. 적당히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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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 알았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화를 내려고 하던 윌터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램프의 빛이 밝기도 하지만 달빛도 그럭저럭 밝은 편이었다. 우리가 있는 곳은

훤히 노출된 평평한 바위 위였고, 그래서 춥기도 했다.

옷을 두껍게 입고 왔지만 얼굴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한 겨울의 날씨를 이

렇게 휑한 산 위에서 맞이하게 되다니, 참으로 다양한 경험을 겪는 것 같다.

저번에는 눈 덮인 산 위에서 눈보라를 맞아가며 겨울을 느꼈지.

나의 정면에는 높은 검보라색 빛이 어떤 산 바로 뒤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맨 처음 봤을 때도 산 뒤에 가려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저 빛이 훨씬 가깝게 보인

다는 것이 달랐다.

밤하늘과 확실하게 구분가는 검보라색. 검은 색이 더 강하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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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의 기운은 숨길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윌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 모습을 가렸다. 피곤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

는 몸짓이었다.

“세이르. 가자.”

“뭐? 벌써? 나 아직 속이 다 안 풀렸단 말이야.”

“저쪽에서 자꾸만 날 부르고 있어. 저기. 저곳에서 빛이 나오는 거 맞지?”

윌터는 정확하게 자주색 빛이 나오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의 귀가 자꾸만 움직이

는 것을 보면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부른다고? 어떻게?”

“남자 목소리야. 종족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낮은 목소리로 ‘오라…. 이곳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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