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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보다는 전후사정을 살피면서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니 역시나 대족장이구나

싶은 모습이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르사하.”

“뭘요. 그렇다고 해서 나중에 이야기 안 해주시는 아니겠죠?”

“물론입니다. 당연히 이야기를 해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에 사정이 어쩌고 하면서 이야기 해주지 않으신다면, 그땐 나름대로의 각오

를 해야 할 거예요. 후훗.”

아르사하는 가볍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고, 나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름대로의 각오가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그곳에서 경험한 일이 설령 외부에 유출

되면 좋지 않은 종류의 것이라도 그녀에게 만큼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사정이 있더라도 아르사하에게 만큼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러니 협박

같은 건 자제해 주시죠. 하하!”

짐짓 농담처럼 쾌활하게 한 말에 아르사하는 부드러운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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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었다.

최근 그녀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이런 부분에서 느끼곤 한다. 왜 분위

기가 바뀐 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많이 부드러워지고 많이 귀여워졌다는 것이 참

보기가 좋다.

뭐, 그런 거야 지금 일과는 상관없고, 일단은 그녀의 배려에 최대한으로 보답하

는 것이 우선이겠지?

나는 윌터에게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그가 누워있는 마차로 향했다. 짐바추의

명령에 의해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며 오늘 하루의 여정을 말해

주고 있었다.

원래 출발이라는 건 아침에 해야 어울리는 일이다. 그렇지만 목적지가 저녁에만

보일 경우에는 저녁에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 점에 대해서 요즘 많이 예민해진

윌터나 열심히 투덜대고 있다고 해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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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보라색 빛은 이제 한결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

만, 나의 눈에는 너무나도 잘 보이는 저 빛은 훌륭하기 그지없는 이정표였다.

한정적이긴 하지만 지금 순간에는 윌터의 눈에도 저 빛은 매우 선명하게 보이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질주하는 윌터의 등에 내가 업혀있으니까.

“왜 이렇게 안 가까워지는 거야-!”

“말, 했잖아! 한나절, 거, 거리라고!”

윌터가 뛰었다가 내려올 때마다 온 몸을 짓이기는 충격에 혀를 깨물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터는 쪼끔씩 깨작깨작 걸어가는 게 너무

나 짜증난다고 하면서 날 들춰 업고는 램프를 들고 어두컴컴한 숲을 질주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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