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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뭔가 화가 난 것이 아닐까 당황하다가 이내 요충족의 의사소통방식을

생각해내었다. 더듬이에서 발생시키는 주파수와 호르몬의 교환.

근데 난 요충족이 아니라서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

나는 일단 그를 진정시키기로 했다.

“예? 예? 힐가스? 말로 하세요!”

“아, 응. 취르륵!”

등의 겉껍질이 반쯤 열렸다 닫혔다 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흥분했나보다. 힐가스

역시 춤에 상당한 감동을 받았나보군.

힐가스는 잠시 상단 오른팔로 겹눈을 삭삭 닦으면서 자심을 진정시킨 다음 상단

과 중단의 팔로 복잡한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코맙타, 쉐이류. 초흔 구경 했톼.(고맙다, 세이르. 좋은 구경 했다.)”

“아, 뭘요. 저도 우연히 표가 들어와서 말이죠. 음, 슬슬 관객 퇴장 시간이군요.

나가면서 이야기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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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사람들이 나가지 않고 자리에서 끊임없이 감상을 이야기할

것 같다.

일행은 아쉬운 눈길로, 정확하게는 앙코르공연을 기대하는 시선으로 무대를 바라

보았다가 도무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막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무

겁게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나 끊임없이 춤을 준 아르사하의 능력도 놀랍지만, 이 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끌어들인 신력강림무의 흡입력도 놀랍다. 내가 추는 신력강림무와는 하늘

과 땅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니, 사실 그렇다. 10년 넘게 춤을 춰온 그녀와 이제 고작 1개월 남짓한 나의

경력은 하늘과 땅 차이지.

난 일행을 추슬러서는 복도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생긋 웃으며 서있었다.

“세이르 바쿠님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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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런데요?”

“대족장께서 찾으십니다. 잠시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예? 아, 그러죠. 그럼 여러분, 잠시 실례할게요.”

일행도 같이 갔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아르사하가 부른 것은 나 하나같았다.

저 심부름꾼도 일행이 같이 와도 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걸로 봐선 아마 그녀가

부른 사람은 나 혼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사람들의 아쉬운 시선을 뒤로하고, 나는 그들과는 반대방향으로 심부름꾼을 쫓아

갔다.

계단을 많이 내려가고, 조금 어두운 복도를 지나서 문 몇 개를 지나치니 무대의
뒤로 오게 되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들도 있었고, 다른 연극을 할 때 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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