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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라도 보람차게 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으니까. 아, 그런데 왜 날 불렀지?

“그런데 어쩐 일로 절 찾으셨습니까?”

“아, 그 이야기 말인데요….”

똑똑똑.

“대족장님. 저 아란입니다. 제이(第二) 장로님께서 전갈을 보내셨습니다.”

“그래? 어서 들어와.”

목소리가 조금 앳되다 싶었는데, 역시나 어린 소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

는 양피지 같은 것을 들고 있었는데, 저것이 그 전갈인가 보군. 살아있는 전갈이

잠시 머릿속에 떠오른 건 왜지?

아란이라고 불린 소년은 나를 흘끔 보더니 매우 정중한 동작으로 아르사하에게

양피지를 내밀었다. 나는 내가 신경 쓰이게 하는 것 같아서 슬쩍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훔쳐보거나 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아르사하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까딱인 다음 양피지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점차 하얗게 질려가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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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대족장님?”

아란의 말은 그대로 무시당했다. 아르사하는 재차 양피지를 읽고서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막았다. 그녀의 눈에는 불신과 혼란이 가득했다. 짙은 푸른색의 눈동

자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 젖어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대족장님? 괜찮으세요?”

아란은 적잖이 당황해서는 어쩔 줄 몰랐고, 나 역시 당황해서는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른 채 가만히 서있었다.

아르사하는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눈을 꼬옥 감으면서 눈물을 짜내고, 손으로 눈

가를 훔치고는 양피지를 곱게 접어서는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그녀는 나를 돌아

보며 말했다.

“세이르.”

“예. 말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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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오늘은 이만 가주시겠어요? 오늘 부른 용건은… 나중에 이야기 해

드릴게요. 죄송해요.”

“아, 아닙니다. 나중에 천천히 불러주십시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무슨 사정인지 묻고 싶었지만, 그녀가 날 일부러 보내려는 것을 보면 부외자가

참견할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무슨 이유로 날 부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그녀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그녀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상당히 심각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무슨 일인지 모르기에 잘 되길 바란다든지 걱정 말라는 식의 위로도 할 수 없었

고, 나는 아무 말 없이 대기실을 나와야 했다. 대기실 밖에는 나를 안내한 심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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