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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었다.

땅에 반쯤 묻힌 채 쓰레기와 함께 나뒹구는 나의 배낭을 보자니 감회가 새롭다.

나의 부재를 공식화하기 위해서는 나의 짐도 같이 파기해야 한다. 그러나 나의

배낭은 꽤 큰 편에 속하는지라, 쉽게 파기시킬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파기를 할 수 없다면? 숨겨야겠지.

결국 야영지에서 사람들이 떠날 때까지만 눈에 안 띄는 곳에 배낭을 숨겨두면 된

다. 어차피 그 주인이 돌아오더라도 일행이 떠난 뒤가 될 테니까. 그래서 나의 배

낭이 쓰레기들이 들어있는 구덩이에 함께 버려진 것이다.

그나마 불에 태우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우울한 표정으로 말린 고기를 씹으면서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생각했다.

일행을 예정시간에 출발시킬 정도의 술수를 부린 아란이라면, 여기서 안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돌아와서 모든 것을 밝히기라도 하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

질 테니까.

범죄자의 경향에 대해서 아는바 없지만, 나라면 될 수 있는 한 이 자리에서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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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려고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많이 떨어져서 추적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것

이다.

적어도 나라면, 그렇게 한다.

음, 세상을 내 기준으로 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지만, 지금을 별달리 기댈 수

있는 기준이 없으니 일단은 내 기준에 서서 생각해 보자.

나는 지도책을 꺼내 펼쳤다.

니아런은 의외로 지도의 제작이 상당히 잘 되어있는 편이라서,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것처럼 책으로 된 지도도 종종 눈에 띠는 편이다. 아마도 공중을 날 수 있는

종족이 많다보니 정확한 지형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아,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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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고기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천천히 지도에 찍어둔 점을 살피기 시작했다.

마차여행은 워낙에 지루하기 때문에 소일거리가 필요했다.

그 중 제일 좋은 것이 나의 체스였고, 그 다음으로는 앞으로의 여정을 살피면서

지나온 길을 되새기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일행은 관도를 따라서 가기 때문에 주술사에게 물어보면 이곳이 어느

지점인지 알기는 쉬웠다. 나는 그렇게 지도에 차근차근 점을 찍었고, 이것으로 내

가 어디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여름방학이 되어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기저기서 찾아본 이야기에 따르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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