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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나 외엔 할 수 없는 일.

일시적이지만, 난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세이르. 전투가 두렵나요?”

아르사하는 직선적인 면이 무서운 사람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사람의

아픈 곳을 찌른다.

나는 어설픈 긍정을 했다.

“아무래도… 경험도 없다보니 그렇지요.”

“용기가 나지 않는 거네요.”

“예. 그렇습니다. 지금껏 싸워 본 일이 손에 꼽을 정도군요.”

태권도나 합기도장을 다닐 때도 대련을 해보기도 전에 그만 뒀으니까. 뭐든지 반

년을 넘지 못했지.

학교에 다닐 때도 최대한 충돌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싸운 횟수는 열손가락

안에 들어올 정도다. 수파네와 싸워서 이긴 건 정말 기적이라니까.

아르사하는 그런 날 빤히 바라보더니 배시시 웃으며 무릎걸음으로 한 발짝 다가

왔다. 그녀는 상체를 조금 내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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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가 필요해요?”

“으음… 그런 것 같습니다만…. 왜 그러시죠, 대족장님?”

“아르사하에요. 사람들 없을 때는 혼낼 사람도 없으니 이름 불러줬으면 해요. 일

행에서는 아무도 이름을 부르려고 하지 않거든요.”

“아… 예, 아르사하. 근데 왜 그러십니까?”

그녀는 몸을 조금 더 끌어당기면서 여전히 예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용기를 드릴까요?”

“…예?”

“저라도 괜찮다면 세이르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데요.”

“저기, 그… 어떻게… 말이죠?”

그녀는 이제 완전히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하얀 달빛에 비친 피부는 연분홍빛 같았고, 그녀의 진남색의 눈과 머리카락은 반

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아무 걱정 없다는 듯이 웃는 얼굴은 어

둠 속에서도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귀엽고 예뻤다.

그녀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허락하신 거죠? 그럼 됐다고 할 때까지 뒤돌아서 눈 감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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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왜죠?”

“용기를 받기 위해서요. 그러니까 얼른 하세요.”

“…예.”

나는 그 방법이라는 게 대체 뭔지 미심쩍었지만, 그녀가 시키는 대로 앉은 채로

뒤를 돌아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는 석양이 내릴 무렵에 벌어진 전투와 마찬가

지로, 청각에 신경을 집중했다.

사삭. 사라락….

뭔가가 부드럽게 쓸리는 소리. 부드러운 것과 부드러운 것이 서로 비비적대는 소

리가 들렸다.

그녀는 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얼핏 들으면 옷자락 스치는 소리 같기도 하다. 부스럭 거리기도 하면서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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