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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에는 멧돼지라는 말에 동물원에서 본 그런 이미지를 생각했었다. 그렇

지만 현재 내 뒤에서 맹렬하게 나무들을 부러뜨리며 달려오는 괴수 수파네는 그

이미지를 산산조각으로 박살했다.

거미도 아니고, 왜 다리가 여덟 개냐고!

게다가 어금니가 세 쌍이라니!

입가에 앞, 옆, 위로 튀어나온 세 쌍의 날카로운 어금니는 거기에 닿는 풀이나

작은 나무, 나뭇가지들을 부러뜨리는 게 아니가 서걱서걱 ‘잘라내고’있었다.

그리고 저 길이!

상아도 아니고, 저 길이는 대체 뭐야앗!

하나의 길이다 못해도 50센티는 될 것 같다. 그것이 입의 양쪽으로 퍼져 있으니

까 총 가로 1미터의 절삭용 단검이 쫓아오고 있다.

쿠드드드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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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다리가 땅을 박차는 소리는 점점 내 뒤통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

는 아까부터 내가 하던 일, 상대적으로 작은 몸집이라는 장점을 살려 눈앞의 나무

를 두고 급전환을 시도했다. 그러자 아까와 같은 소리가, 지금까지 여덟 번인지

아홉 번인지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쿵! 우지지지직…!

수파네의 단단한 이마에는 비늘과도 같은 각질이 생성되어 있었다. 그것뿐만 아

니라 몸 곳곳에 갑옷 같은 각질이 나있어 어지간한 충격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모

습이었다.

저 괴수의 모습 중 어디가 멧돼지냐고 묻는다면, 푸릉푸릉 김을 내뿜고 있는 두

개의 큰 콧구멍과 거센 울음소리가 멧돼지의 것이라고 말하겠다.

꾸웨에에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가 바로 저런 것일까?

나는 저것이 ‘거기 서라!’라는 말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숲의 주인이 하는 말이니 응당 따라줘야 하겠지만, 만얀 그대로 따라줬다가는 앞

으로 향한 50센티의 돌출어금니에 잘 꿰인 인간형 고깃덩이가 될 것이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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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리는 속도를 한층 더 올리면서 외쳤다.

“흥분하지마! 그냥 지나가려는 여행자라고!”

꾸웩! 꾸웨에에엑!

저건 마치 ‘알게 뭐냐! 서라!’라는 걸로 들린다.

젠장! 여기서 돼지 목소리나 구분해서 뭘 어쩌자고! 양돈업자가 될 것도 아닌데!

다리가 여덟 개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멧돼지라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수파네의

속도는 미칠 듯이 빨랐다. 내가 아무리 그를 나무에 부딪치게 만들어서 시간을 번

다고 쳐도, 수파네는 그것을 순식간에 따라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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