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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뜨끔한 속을 감추기엔 나의 표정은 좀 어설펐다. 쎄쎄쎄로 대족장을 하는건

아닐테니 나에게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세계 자체가 거부하는 이

방인이니까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날 수도 있지.

그녀는 날 조금 더 빤히 관찰하는 듯 싶었다. 대족장의 관심을 받게 된 눌탄인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로서는 그냥 빳빳하게 굳은 채로 서있을 수밖에

없다. 이윽고 그녀의 입이 열렸다.

“혹시… 당신….”

“예?”

호, 혹시?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걸 알아본 건 아니겠지? 아니야. 말도 안 돼.

생긴건 인간이잖아? 알아볼 수 있을리가 없어.

내가 묘한 기대감을 품고 있을 때, 그녀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혼혈이에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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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탄인과 부르그, 아니면 백인이나 갈샤스 어느 쪽인지 모르지만… 기반은 눌탄

인데 묘하게 이질적인 느낌이 나는 걸 보면 혼혈 같네요. 가계에 누구 다른 인종

이 들어간 적 있나요?”

“자,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고조할머니가 중국인이셨다던가? 혼혈이라

면 혼혈이겠지? 여기선 갈샤스에 해당할까? 아니, 눌탄이겠지. 어쨌거나 나는 어

색한 웃음을 띄우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녀는 윌터와의 닮은꼴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긴, 자신의 가계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죠. 혹시나 집안의 다른

풍습같은게 있나요? 아니, 이것도 마찬가지네요. 유색인종의 풍습은 대부분 같으

니까. 아무튼 이상하게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서 물어본 거니까 굳이 신경 쓰고

계셨다가 확실하게 알아본 뒤, 기회 될 때 나중에 가르쳐 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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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그럴 때는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쪽이 보통의 반응 아닙니까? 그녀

는 나의 당황스런 표정을 보다가, 나의 당황이 가시기도 전에 불쑥 말했다. 이 여

자, 나를 공황상태로 몰고 가려는 건가.

“아까 질문에 대답은요?”

“무슨… 질문이요?”

“도끼질. 익숙해졌어요?”

그거, 그냥 사람 확인하는 말이 아니라 정식 질문이었습니까? 나는 정신적으로

허우적대는 상태에서 간신히 벗어나 입을 열 수 있었다.

“예, 저, 그 뒤론 쉬워졌습니다.”

“…정말이에요?”

“네. …왜 그러십니까?”

그녀는 이제 의심의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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