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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았다. 그 직후에 상처가 벌어지며 비명을 지르긴 했지만.

수파네와의 싸움에서 내가 이긴 것은 확실하다. 내 생애 최초로 생존을 걸고 싸

운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어떻게 이겼는지는 불확실하다. 혹시나 싶어서 신력강림무 2식의 동작을 수십 번

펼쳐 보았지만, 목표가 되었던 바위나 나무가 잘리기는커녕 내 손목이 어긋날 지

경이었다.

나는 허탈해하면서 일단 상처를 지혈하고 붕대를 감았다. 일행을 만나서 본격적

으로 치료를 받으면 될 것이었다.

그 뒤, 나는 수파네의 고기를 먹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죽이려고 했던 동물을 그냥 내버려두기가

싫었다. 내가 어떻게 죽였는지도 알 수 없으니, 그 녀석을 먹는 것으로 나름대로

의 복수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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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금니도 모두 뽑아내었다.

머릿살을 가르고, 뼈 사이에 단검을 끼워 넣고는 어금니를 움켜쥔 근육들을 잘라

가면서 여섯 개의 어금니를 모두 뽑았다. 수파네의 얼굴이 너덜너덜 해지는 바람

에 토할 뻔 했지만, 그럭저럭 참고 견뎠다.

그 어금니들은 지금 비린내가 물씬 풀기는 수파네의 가죽에 싸여있다.

나는 최대한 수파네를 인간의 사냥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모욕했다. 그 모욕

은 내가 입은 상처와 내가 겪은 고난에 대한 복수심을 충족시켰다.

적당히 수파네의 고기를 잘라낸 뒤, 그것도 가죽에 싸서 들기 쉽게 만들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수파네는 반 갈라진 내장이 왈칵 쏟아진 채 머리가 너덜너덜

해지고, 어금니가 몽땅 뽑힌 채 근육과 가죽이 군데군데 사라진 처량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고개를 숙이고는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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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의 상처는 불에 지지는 것 같이 쓰라렸다.

일부 상처에서는 출혈이 계속 되고 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수파네의 생고기를

씹으며 사라진 피를 보충하겠다는 듯 배어나오는 피를 삼켰다. 솔직히 비위 상하

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행동은 나의 정신을 일깨웠다.

수파네를 죽이면서 살아남은 나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숲에 지쳐 쓰러져 죽을 바

엔 수파네를 죽인 의미가 없다. 일행을 만나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수파네를 죽

인 나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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