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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까지는 알 수 있다. 새로운 니아런이 된지 1062년 되었다는 말이니까. 물

론, 새로운 니아런이 뭔가에 대해선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뒤에 오는, ‘메마른 모래바람의 달’이라든가 ‘되찾은 평화의 달’ 같은

말은 나를 엄청나게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냥 지구처럼 1월에서 시작해 12월로 끝

나면 얼마나 좋아?

니아런에는 열세 개의 달이 있다고 한다. 그 달마다 각자 고유의 이름이 붙어있

으며, 각 달은 다섯 주기로 이루어져 있다. 한 주기는 6일로 되어있으니 한 달이

30일로 딱 맞춰진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한 달이 390일로 맞춰질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열세 번째

달인 ‘울부짖는 흑룡의 달’은 6년에 한 번 꼴로 찾아온다. 나머지 5년 동안은 열

두 번째 달인 ‘거친 눈보라의 달’로 끝나서 첫 번째 달인 ‘흩뿌려지는 별가루의

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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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상당히 멋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일이 배우자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남부 대륙인 ‘사우어’에서는 각 주기마다 이름을 제각각 붙인다고

하니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나의 이런 생각에 사우어 출신인 기릭은 검은 피부에서 유난이 도드라져 보이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지도 않아. 살다보면 다 익숙해지게 되어있어.”

“그렇지만 전 아직 열세 개의 달 명칭도 제대로 못 외웠어요. 각 달의 이름마다

의미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냥 1월, 2월하는 식이 더 편할 것 같은데요?”

“그건 마치 북부 대륙 사람들이 하는 말 같군. 그 실용주의로 가득한 머저리들은

낭만을 모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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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색한 표정을 머리를 긁적였다. 기릭이라는 이 암인족의 청년은 사우어 사

람들의 대표적 기질인 여유와 낭만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계

가 워낙 넓다보니 대륙적인 특징이 있기도 하고,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을 서로 비

하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하긴, 지구에서도 그런 일은 흔하다. 대륙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옆 나라에 대해

서도 비하와 욕설을 퍼붓는 일은 꽤나 흔한 일이니까. 게다가 니아런은 여덟 종족

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대륙과 국가, 종족간의 편견과 오만이 얼마나 많을지를 생

각하면 어지러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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