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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거나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것이 나의 새로운 일상이었고, 당연한 일과의 하나다.

그런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그녀가 좀 지각하나보다 싶어서 가볍게 신력강림무를 연습하며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해가 뜨고 닭이 울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윌.”

“왜?”

“너무나도 당연한 약속을 상대가 아무런 말도 없이 어긴 적 있어?”

“당연한 약속? 어떤 거?”

나는 접시를 들어 기름기를 얇게 벗긴 나무껍질로 닦아내며 말했다.

“음… 정기적으로 뭔가를 하자고 합의한 거. 어쨌든 그건 약속이잖아? 그런데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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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상대가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는 거야.”

“그런 일? 자주 있지. 고향에서 친구들이랑 그런 일로 종종 싸우곤 했으니까. 그

래서 오늘 기분이 별로군. 아침운동을 같이 하기로 한 사람이 말도 없이 안 나오

니까.”

“그렇지, 뭐. 근데 이 일은 원래 자유롭게 시작한 거라서 강제적인 일이 아니라

는 거야. 반드시 나와야 할 의무는 없는 거지.”

“그래. 나도 그랬어. 의무가 있어도 게으름 피우는 사람이 많은 판국에, 의무가

없으면 더하겠지.”

나는 음울하게 한숨을 내쉬면서 접시를 설거지통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다음

접시를 들어 나무껍질을 대고는 두들겨가면서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안 나와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인데, 거 왠지 배신당한 기분이야.”

“그래. 그렇지. 의무는 아니지만 의리니까. 의무보다도 의리는 더욱 섬세하거든.

얼굴 펴라. 상대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일단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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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렇지?”

어제의 일도 있고 하니, 뭔가 심각한 일 때문에 오늘 아침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는 법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 하고서는 힐가스가 주의를 주기 전에 설거지에 집

중했다.

내일이라도 나와서 설명해 주시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착잡한 심정 가질 필요는

없어.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야. 아무리 그것이 내 입장

에선 사소한 사정이라고 해도,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꽤나 중요한 사정일 수도 있

는 법이잖아? 말 못할 사정이 있겠지.

그럴 거야.

신 니아런력 1062년 잠드는 숲의 달 2주기 나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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