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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단 말이지. 아쉽게 됐네. 좀 더 오래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내 갈 길이 급하지 않았다면 나도 날짜는 예정대로 다 채우고 싶었을 거야. 갑

자기 사라지게 되서 미안해, 윌.”

“미안해 할 것 없어. 예정이란 변경되는 것이니까. 어차피 너의 제일 큰 목표는

백아탑으로 가는 거잖아? 그게 일찍 이뤄질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야. 가게 되

거든 편지해. 나중에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고 기회는 있으니까 그렇게 서운

한 표정 짓지 마.”

윌터는 씨익 웃으면서 나의 가슴을 툭 쳤고, 나는 싱긋 웃어주었다. 웃으면서 이

별할 수도 있다는 걸 여기 와서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윌터는 내 얼굴에

있는 서운함을 잘못 읽었다. 나는 이곳을 떠나면 앞으로 남은 평생 이 눈치 빠르

고 당당한 친구를 볼 수 없다는 서운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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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서운함을 감추며 억지웃음으로 말했다.

“살라인하고 잘 지내라.”

내가 갑자기 떠난다는 말에 살라인은 너무나도 보기 미안한 서운함을 여과 없이

드러내었다. 그래도 윌터가 있으니까 다행이다. 윌터만큼이나 살라인에게도 정들

었었지.

“말하지 않아도 잘 지내. 주방 식구들한테는 인사 했지?”

“말하지 않아도 잘 했다.”

윌터의 말은 간단하지만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주방 식구들.

그 말대로, 내가 이곳에서 생활하는 시간동안 그들은 나의 식구나 마찬가지였다.

동고동락해온 사이인 만큼, 쉽게 헤어질 수 없는 것도 당연하지.

힐가스는 나에게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은으로 된 장식물을 하나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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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요긴하게 쓸 데가 있을 거라면서. 그 무뚝뚝한 딱정벌레 감독이 은제 장식

물을 건네주고는 날 끌어안았을 때, 나는 종족이 다르더라도 가족 같은 느낌을 받

았다.

기릭은 글썽거리는 눈을 좀처럼 거두지 못했다. 나처럼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

고, 예의바른 신입은 본적이 없다면서, 꼭 다시 이곳에 들르라는 말을 거듭거듭

했다. 나는 그의 가망 없는 소망에 억지로 부응하는 말을 해야 했다. 정말이지,

그렇게 겉치레를 하는 것이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이스단. 내가

제일 고마워하는 사람은 생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나 역시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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