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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

깔려 있던 눈조차도 일어나서 덤벼들 정도의 강한 바람이 그녀와 날 비스듬하게

치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그녀와 나는 눈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에 돌입하게

된 설인후보생 비슷하게 되었다.

“안 되겠어요! 눈이 너무…!”

“어떻게 하죠?!”

“밑으로! 절벽을 옆에 두고 걸어요!”

그녀의 말에 난 잠시 오른쪽을 보았다.

우리는 지금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산의 제일 윗부분을 걷고 있는 중이다. 제일

위에서 봉오리를 돌아가는 것이 제일 짧은 거리라서 그렇게 하고 있지만, 지금은

한 계단을 내려가야 할 때다.

첫 단까지의 높이는 약 20미터이고, 거기서 수평으로 5~6미터 정도의 길이 있었

다. 그 아래로 한 30미터 되어 보이는 곳에는 하얗게 눈이 깔린 바닥이 보였는데,

저 눈이 오랜 세월 쌓인 것이라고 가정 할 때, 저 눈의 깊이는 보이는 것 보단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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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깊을 것이다.

일단 20미터를 안전하게 내려가야 하는데, 이런 때에 암벽등반으로 내려가라고

하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나는 20분 쯤 전에 바위들이 포개어져서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지형이 있음을 기억해 내었다.

바람에 내 목소리를 묻히게 하지 않기 위해 난 목소리를 돋워 말했다.

“내려가려면, 뒤로 가서 내려가야 합니다! 비교적 안전한 지형이 있었어요!”

“얼마나 가야 하는데요?!”

“절 따라오세요!”

나는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손을 잡아왔다. 장갑을 끼긴

했지만 그녀의 존재가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떨어질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젠 입장이 반대로 되어 내가 그녀를 이끄는 입장이 되었다. 밑으로 내려가면

다시 원래대로 바뀌게 될 테지만, 지금 잠시나마 그녀를 이끌 수 있다.

다행이다. 내가 도움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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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쓸모가 있긴 하구나.

절벽 바로 옆을 걷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바람과 눈보라에 대해서는 그

럭저럭 안심이 되는 길이었다.

밟을 때마다 무릎 깊이까지 꺼지는 눈 위에서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는 것이

대단한 일로 생각될 정도였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이 원수 같은 눈이 다리를

잡아주기 때문에 미끄러져서 추락할 위험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길… 끝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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