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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었다.

벤타일리칸에게 설명하면서도 그만큼이나 이 세계와 내가 살던 세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난 큰 호기심을 느꼈다. 하지만 벤타일리칸은 우리 세계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 전까지는 내가 이 세계를 알게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벤타

일리칸의 실험실을 뒤지면서 신기한 물건들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나의 호기심을

충족했다.

그러던 도중, 나는 내 짐을 올려놓은 테이블 근처에서 작은 지팡이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최근 내 짐은 파토란트의 연구 대상이 되어 있었기에 난 우리 세계

에 대한 향수를 충족하러 실험실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도중 발견한 작은 지팡이는 내 장난감이 되었다.(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애라더니, 딱 그 짝이지. 게다가 애들은 놀다가 종종 다치기도 하니, 지금

나의 모습이 딱 그 모습이루나. 에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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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장난감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효과가 있다. 그 누가 알았으랴? 지팡이에

지팡이 머리를 살짝 돌리면 그 일대가 송두리째 이동해 버리는 마법이 걸려있었을

줄은?

한 차례 빛이 번뜩하고서, 난 내 주위 2미터에 존재하는 기물들과 함께 이곳 파

루스 판의 직원숙소 뒷마당에 멍하니 서있게 되었다.

날 이리로 데려온 지팡이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었다.

내 앞에는 나의 물건들이 들어있는 배낭과 그 배낭이 올려진 탁자만이 덩그러니

있었고, 어스름한 아침 빛 속에서 난 황망한 표정으로 있어야했다.

내가 당황한 나머지 울어버리기로 결심하기 직전, 몸 풀기 체조를 하기 위해 나

온 이스단이라는 근육질 거한이 날 발견했다.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당

황했으리라는 건 간단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는 세월의 무게를 능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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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지고 있는 어른이었기에 나에게 자초지종을 묻고는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주겠

다는 식의 신뢰감을 내게 주었다.

나는 이 이계에서 만난 최초의 친절에 감격하면서 벤타일리칸이라는 이름과 백아

탑이 무진장 유명하길 바라면서 그에게 그 소재를 물어보았다. 다행히 그는 당연

히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가져와 내 눈 앞에 보여주었다. 차라

리 보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그 모습을.

그것은 대략 A3사이즈의 양피지로, 갈색에 가까운 누런 바탕에 검은 잉크로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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