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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니까, 정을 붙이고 싶지 않아. 필요한 최소한의 인간

관계만을 만들 뿐이야. 좀 더 깊은 인간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나

는 어차피 떠나야 할 사람이다.

아르사하의 일행과 함께 가면 시간이야 적게 걸리겠지만, 동고동락한 사람들을

떠날 때는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것이다. 이것으로 그녀를 보는 일이 마지막이겠

지만, 여기서 끝내는 편이 바람직하다.

“제의는 고맙지만 거절….”

“그러고 보니 요즘 황야나 산맥에 도적떼와 강도단이 출몰해서 문제라지요? 가진

거 다 빼앗고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니까요. 특히나 혼자 가는 여행자들은 첫 번

째 표적이 되곤 하더라고요. 저희는 부족의 뛰어난 용사들을 데려와서 그렇게 어

려운 일도 없었지만요. 여기 오면서 잡은 마물이나 해적, 바다괴물의 숫자가 꽤

많은데… 예? 아까 뭐라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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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 남의 약점을 찌르다니.

확실히, 내가 혼자서 백아탑까지 간다고 했을 때 난색을 표한 사람은 많았다. 그

녀가 말한 대로 치안 부재의 문제가 제일 고민이었다. 내가 무술을 배운 것도 아

니니 혼자서 여행하기에는 많은 위험이 따르지. 그런데 그걸 그렇게 무참가세 후

벼 파고서는 모른 체하다니…. 아르사하, 당신은 정녕 악녀요?

“…거절 하려고 생각해보니 너무 무례한 것 같군요. 제가 어찌 감히 그런 말을

꺼내겠습니까. 괜찮으시다면 제 자리를 부탁드립니다.”

“후후훗. 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입을 가리며 웃는 모습을 보니 저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지구로 귀환이다 어쩐다 하면서 내가 이곳에 있지 않아야 할

이유를 끊임없이 되새긴다고 해도, 정작 중요한 문제가 해결 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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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더라도, 살아서 가야하지 않는가?

여행 도중에 죽어버리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안전하게 가는 것이 제일이다.

지구에 유령이 되어 돌아가 봤자 무슨 소용인가?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소용없게 된다. 살기 위해서는 굴욕도 감내해야 하

는 법이다.

…하지만 좀 마음에 안 드는 감내로군, 이건.

신 니아런력 1062년 잠드는 숲의 달 2주기 엿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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