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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깨달았다면서, 나중에 론시타에서 보자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었지.”

“그걸 믿었어?”

“네 성격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아란의 말은 꽤나 그럴싸했거든. 게다가

대족장님이 거기에 긍정하니 그것이 옳은 말이라고 여기게 되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란은 아르사하의 시종이었고, 시종의 신용도는 모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아르사하야 말로 진정한 보증수표이며, 그녀 역시 시종을

믿었던 것뿐이다.

자아, 그런 두 번째 의문.

“그런, 내가 없어지고 사흘간은 대체 어떻게 빨리 갈 수 있었던 거야?”

“나는 잘 모르겠는데,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아란의 역할은 대부족에게서 들

어오는 연락을 아르사하에게 전하는 역할인가 봐. 아란은 아르사하에게 최고 장

로라는 사람의 병세가 급해졌다고 해서 일행을 빨리 가게 만든 뒤, 3일쯤 지나서

다시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말을 했지. 그래서 그 사흘간 나흘 동안 갈 거리를 달

렸었어. 다른 질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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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생각나면 하지. 고마워, 윌.”

“별말씀을.”

윌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체스판에서 자신의 나이트를 살릴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야 알게 된 사건의 내막을 곱씹고는 이 일행의 이동속도에 대

해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최고 장로가 위험하다는 것 하나만으로 여행에 박차를 가할 만큼, 최고 장로를

죄러 간다는 목적은 이 일행 전체를 좌우한다.

아르사하가 가진 양피지는 상대가 쓴 글씨나 그림을 그대로 투영하는 마법이 걸

려있어서 지금도 최고장로의 상태를 계속해서 알려오는 중일 것이다.

일행의 여행 날짜는 아마도 최악의 상황, 최고 장로가 죽는다고 생각되는 날짜까

지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날짜를 계산한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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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해서 지금은 저렇게 하루가 걸리는 제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다. 할 건 다 하는 사람들이다.

“좋아. 이게 내 회심의 수다.”

탁.

윌터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나이트의 위치를 바꿔 놓았다. 과연 그 말대로 나이

트는 죽을 수밖에 없었던 장소에서 몸을 빼낼 수가 있었는데, 윌터는 아직도 자신

의 성격에 대해서 파악을 하지 못했나보다.

나이트가 움직인 자리는 수많은 말들에게 가려져서 그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게

숨겨둔 내 비숍이 단번에 킹을 잡을 수 있는 자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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