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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인님. 질문이 있어요.”

“뭔데?”

“혹시 대족장님한테 둔감하다는 소리 들은 적 있나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르사하와 나눈 대화들 중에서 그런 내용이… 있군.

눈사태 때문에 동굴에 갇혀 있었을 때에 그녀가 말했었다.

“있어. 근데 그게 왜?”

“아니에요. 새삼 주인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좋은 주인 모시게 되서 행복하겠구나.”

나는 농담조로 대답하면서 아란의 말을 흘려듣기로 했다. 왜 갑자기 그런 걸 물

어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아란의 이야기는 머릿속에서 치워버리고는 아르사하에게 산책을 가자는 이

야기를 어떻게 꺼내면 좋을지에 대해서만 궁리해보도록 하자.

가끔은, 일에 상관없이 노는 것도 필요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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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굉장히 시원하네요. 기분 좋아요.”

“다행입니다. 싫어하시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싫어할 리가 없잖아요?”

아르사하는 기분 좋은 듯 환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 밝은 웃음이 참으로 보기 좋

았다. 최근 들어 몇 번 보지 못했던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바다 옆 산책로는 해변과는 달리 바다를 향해 불쑥 내밀어진 인공적인 곳이었다.

포석을 높이 깔아서 파도가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난간을 설치해서 추락을 방지

한 산책로였다.

해는 높이 떠서 중천이었고, 밝은 햇살 아래 넘실대는 파도가 반짝거렸다. 그리

고 점점 작아지거나 점점 커지는 배들이 수평선을 오락가락하는 모습도 꽤나 재미

있는 광경이었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어와서 춥기는 했지만, 넓게 펼쳐진 바다는 마음을 확 뚫리

게 만드는 개방감이 있었다.

아르사하는 진남색의 머리를 바람이 마음껏 가지고 놀도록 풀어헤치고서는 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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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기대어 바다를 보고 있었다.

“배가 참 많네요.”

“교역은 사시사철 계속 되니까요.”

“저런 배들 중에서 저희를 태워 줄 배가 없다는 건… 아차!”

아르사하는 입을 가리며 눈만 돌려서 날 보았고, 나는 너그러운 웃음을 지어보였

다. 오늘은 일행의 일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녀는 무의식중에 일

행의 걱정을 한 것이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생각을 그만두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

렇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닙니다.”

“미안해요, 세이르. 기껏 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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