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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희망입니다. 저는 제가 왜 그런 것인지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쉽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정말로… 이룰 수가… 없나요?”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가슴 한 구석이 녹아내릴 듯이 저려온다. 그

녀를 이렇게 가슴 아프게 해야 한다니, 나 역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예. 없습니다. 허나 영원토록 말씀드리지 못할 건 아닙니다. 그러니 백아탑에

도착하였을 때, 그 때 모든 사실을 털어놓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날 용서해 주십시오.

희망을 산산조각 낸 날 용서해 주십시오.

아르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원토록 이야기 안 한다는 것도 아니고, 내 목적

이 달성되는 대로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당장은 아닌, 언젠가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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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알겠어요. 당신에게도 뭔가 사정이 있겠지요. 캐물으려 하지 않겠어요. 그 대신

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입니까?”

“언제, 어디에서라도, 주위에 누가 있든, 절 아르사하라고 불러주세요. 짧은 시

간, 짧은 때라도 그렇게 불러주신다면 전 제가 대족장이 아닌, 아르사하 개인으

로 느껴져요. 그렇게… 해 주시겠어요?”

어려운 부탁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에슬란딜에 가까이 갈 수록,

그녀에게 경외를 표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를 이름

으로만 부르라는 건 나에게 있어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이상 그녀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자신으로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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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싶은 가련한 소녀다. 그런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겠습니다. 아르사하.”

“고마워요…. 정말로… 고마워요. 세이르….”

그녀는 내게 깊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렇지만, 지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있다.

나중에 내가 이계인임을 밝히고 이 세계에서 영원토록 떠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얼마나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될까?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 일은 내

가 있음으로 해서 생겨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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