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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그대로 그녀와 나는 서로 잔을 주고받았다.

발그레한 피부가 더 발그레해져 너무나 귀여운 모습으로 술을 마시던 아르사하가

호박전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세이르. 첫 술 교환의 의미는 아세요?”

“예? 음… 짐바추씨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아무래도 그건 잊어버린 것 같군요. 무

슨 의미가 있는 겁니까?”

“음. 세이르는 역시 문화에 어두워요. 넙죽 받으시기에 그런 줄 알았어요.”

“예?”

아르사하의 표정에 잠시나마 실망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것인 이내 평소의 미소로

바뀌었다. 역시나 내가 그들의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실망하

는 것 같았다. 나름대로 미안한 걸.

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살짝 웃음 지으며 그녀의 사발을 채워 내밀고는 말했다.

“앞으로는 잘 기억하겠습니다. 무슨 뜻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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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전을 오물오물 먹어 치운 아르사하는 갑자기 왼손을 번쩍 들며 모두에게 들

리도록 외쳤다.

“여러분-! 세이르가 첫 술 교환의 의미를 모른 다네요! 그러니까 물어봐도 말해

주지 마시길 바랍니다―! 알려주는 사람 있으면 혼낼 거예요!”

“어머, 세상에! 세이르! 실망이야!”

“푸하하핫! 세이르, 네가 그럼 그렇지!”

“하늘이 뒤집혀도 세이르에겐 말 안합니다!”

“아무리 주인님이시라고 해도, 이번만은 안 되겠네요.”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날 비난하고 성토하는 분위기가 되었고, 나는 어리둥

절해하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지만 이 야영지 내에서 내 편은 없는 것 같았다.

아르사하는 눈 딱 감고 내가 퍼준 곡주를 마시고 있었고, 아란은 이미 멀찌감치

떨어져서는 이쪽을 보지도 않았다. 윌터는 다른 요수족들과 함께 동이 째로 술을

마시며 크게 웃고 있었다.

“저기, 뭔가 중요한 의미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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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됐어요. 앞으로 아예 모르셔도 상관없고요.”

그러면서 이번에는 깻잎 절임을 먹는 아르사하의 어투에는 왠지 선인장보다 많은

가시가 돋쳐있는 것 같았다.

크윽! 이럴 줄 알았다면 짐바추가 이야기 할 때 잘 들을걸!

“뭐해요? 곡주나 더 줘요.”

“아, 예.”

나는 아르사하가 당당하게 내미는 사발에 조심스럽게 곡주를 채웠고, 주변에서

그것을 참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그녀의 사발을 채운 뒤, 나는 조심스레 내 사발을 동이에 담그려고 했지만 하얀

손이 얼른 내 사발을 채어갔다.

아르사하는 퉁명스런 얼굴로 퉁명스레 말했다.

“자작 금지.”

“아, 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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