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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터의 말대로 의리의 문제이다 보니 의무보다 더 크게 마음이 상하는 것 같다.

왜지? 그녀와 내가 그렇게 개인적인 관계였던가? 물론 다 큰 남녀가 아침마다 만

나서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만 두고 봐서는 야릇하게 생각하는 편이 일반적이다.

물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춤에 대한 기대치일 뿐이고, 그러기

위한 만남이며 관계이다. 개인적인 관계가 아닌, 일종의 일과도 같은 관계이다.

조금 친해졌다고 해서 그녀에게서 모든 사정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

다. 내가 그럴 위치인가? 난 그저 그녀의 비공식 제자일 뿐이다. 그녀가 장로들에

게 내비치는 반항심일 뿐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의리만큼은 지켜달라는 것이다.

결속력도 약한 약속으로 얽매여있지만, 최소한 며칠간은 못한다거나 이제 그만

교육을 끝내겠다는 말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사람을

보내던지, 쪽지 한 장 보내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말도 없이 사람을 헛걸

음하게 만드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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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 사이의 신뢰는, 이렇게나 쉽게 깨부술 수 있는 것인가?

“…칫.”

나는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30분 정도 남았지만, 더 이

상 이곳에 있는 건 헛수고야. 일찍 숙소로 돌아가서 쉬자.

아직 물안개가 가라앉지 않은 호숫가와 해가 뜨지 않은 동쪽 하늘을 등진 채로

나는 숙소를 향해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실망입니다. 아르사하.

“미안해요!”

…화를 내려고 해도 화를 낼 수 없는 상황이란 이런 걸까.

저녁식사 접대원의 지명을 매몰차게 거절했지만, 다실에 불려가는 것까진 거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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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없었다. 주인장의 부릅뜬 눈-으로 생각되는 부분-을 마주하게 되면 누구든지

그렇게 될 걸.

아르사하는 내가 다실의 문을 닫자마자 잽싸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뭔가 말

을 하려고 해도 이렇게 되면 말 할 수가 없잖아.

그래도 내 속의 삐딱한 나는 입을 장악했다.

“…뭐가요?”

“화, 화내지 마세요…. 죄송해요. 잊은 게 아니라, 통 바빠서 연락도 제대로 못

했고…. 아침마다 헛걸음질 하게 한 거 정말 미안해요! 오늘 아침에 급히 달려가

봤는데 자리에 없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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