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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점심은 건너가서 먹어야지.

그나마 나에게 나침반이 있다는 것이 큰 다행이다. 지구의 나침반은 이곳에서는

통용되지가 않았다. 지구에서 가져온 나침반은 그냥 뾰족한 침 위에 방향지침을

올려둔 물건으로 전락해버렸다.

돌리면 빙글빙글 돌다가 서서히 멈춰서는 아무 방향이나 가리키는 나침반은 쓸모

가 없지.

차원이 다른 만큼, 이 세계는 나침반이 남북을 가리키게 하는 요소 역시 다른 것

같았다.

계측이나 측량을 위해 과학이 아닌 마법이 사용되는 세계라서 이 세계가 구체로

이루어진 행성이라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내부구조는 내가

알고 있는 지구와는 전혀 다를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건 상식이지만, 지구에는 자전축을 기점으로 발생한 자장(磁場)이 나침반을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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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당기게 되어 있다.

N극과 S극은 북쪽(North)과 남쪽(South)을 가리키는 말이지. 북쪽과 남쪽은 서로

의 반대되는 극을 끌어당기게 되어있다. 그래서 자석으로 된 나침반은 언제나 북

쪽과 남쪽을 가리키게 되어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지구에서는 당연한 상식이다. 부정하거나 반박할 거리도 없

는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니아런은 내가 알던 ‘당연한’ 세계가 아니다.

니아런의 나침반이 왜 남북을 가리키는지는 알 수가 없다. 만약에 니아런도 자전

축을 기점으로 발생한 자장이 나침반을 끌어당긴다면, 지구에서 가지고 온 나침반

도 남북을 가리켜야 한다.

나침반이 남북을 가리키지 않는다.

일상 곳곳에서 벌어지는 상식의 파괴.

이러한 상식의 파괴는 여행을 하면 할수록 점점 받아들이기 힘들게 되어가고 있

다.

물론 ‘여기는 다른 세계니까 뭐든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라는 사고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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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한다고 해도, 생활에 있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진지하게 생

각해보면 그것은 너무나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멀쩡하게 길을 가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죽는다.

잠을 자던 사람이 옷가지만 남기고 사라진다.

멀쩡하던 땅에 끝을 알 수 없는 구덩이가 생긴다.

그 밖에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이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이상

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버리는 것은 나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 세계에서도 당연하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어쨌든 사람

이 살고 있는 세계이고, 여덟 종족의 다양함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그런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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