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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서 문 밖에서는 주술사 짐바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족장님. 야영지에 도착했습니다.”

“네. 알겠어요. 적당히 사람들 불러서 아란을 데려와요. 나머지는 평소처럼 저녁

준비를 하고요.”

“예. 알겠습니다.”

으음…. 아란을 데려오는 것 까진 좋은데, 난 무엇을 해야 하지?

지금은 그럴 생각도 없지만, 만약 내가 또 다시 죽인다고 난리를 치면, 윌터나

아르사하가 말릴 것이다.

니아런에서도 살인은 중죄일 뿐만 아니라 윤리적이나 도덕적으로도 해선 안 될

일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란을 죽이고 그걸 은폐하는 건 일도 아니다.

이런 폐쇄된 여행자 집단 안에서, 법적으로 치안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는 이상

집단 내 사람들만 입을 다물면 없었던 일이나 다름없게 된다. 아르사하의 말 몇

마디라면 아란을 죽이고 시체를 처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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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그럴 마음이 있다면 말이지.

그 비겁한 꼬맹이에게는 악감정이 잔뜩 쌓여있지만, 지금은 죽여서 복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날 죽이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고,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곤두서는 느낌이

든다. 내가 겪었던 일을 에누리 없이 그대로 당하게 하고픈 마음도 있지만… 일단

이유나 들어보고 생각해 봐야겠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아르사하가 날 불렀다.

“세이르?”

“아, 네. 대족장님.”

“나갈 준비를 하세요. 아란을 만나야죠? 그리고…, 처벌은 저희 방식으로 하시겠

어요, 아니면 세이르의 부족 방식으로 하실래요?”

“으음…. 일단 생각을 해 봐야겠네요.”

그녀는 예의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휴우…. 기왕이면 저희 방식을 권해드리고 싶군요. 하지만 당사자인 세이르가

처벌하고픈 방식이 있다면 특별히 말리지는 않겠어요. 이건 다 아란 스스로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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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책임이니까요.”

“염두에 두겠습니다.”

“그럼, 어서 옷 입고 나와요. 옷은 머리맡에 뒀어요.”

예. 그럼 나가서 뵙지요.”

아르사하는 나에게 고개를 끄덕 하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아르사하

의 말대로 머리맡에 있는 옷들을 주워 올렸다.

내가 입고 있었던 옷은 이미 걸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수파네의 어금니에 몇 십번을 스치다보니 넝마가 되었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그 옷들은 니아런에서 구입한 옷이라는 점이다. 내가 가져

온 지구의 옷은 이곳의 옷 모양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기에 대놓고 입고 다닐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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