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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검을 든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대로 내려찍는다. 간단하게 목이면 되겠지?
일격에 즉사할거야.
단검을 놓치지 않게, 힘을 꽉 주었다.
그리고는 힘차게 아란의 목을 향해 내려찍었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했다.
“뭐…야?”
나의 팔을 부드러운 뭔가가 감싸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내 팔의
윗부분에서 아르사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파르르 떨면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입술을 꼬옥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아란에게 모든 걸 집중했던 나의 청각이 일순간에
화악 뚫렸다.
“세이르! 세이르!”
“세이르… 그러지 마요. 하지 말아요!”
“윌…, 아르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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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터는 얼른 나를 안아서는 아란에게서 떼어놓았고, 아르사하는 단검을 쥔 팔을
꼬옥 끌어안아서는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란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란은 이미 기절한 것 같았다.
아란을 보던 나의 눈앞에 갑자기 갈색 털의 늑대 얼굴이 들이대어졌다. 윌터는
나의 머리를 잡고는 눈을 맞춘 채 말을 걸어왔다.
“세이르! 괜찮아? 너 어떻게 된 거야? 이 모습은 대체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있
었던 거야? 아란이 죽이려고 했어? 무슨 일이었던 거야?”
“하나씩만… 물어봐… 임마.”
“세이르…. 괜찮아요? 칼 놔요. 네?”
“아직도… 잡고 있었던가요?”
나는 양 손의 힘을 풀었다. 하나의 단검은 땅으로, 다른 단검은 아르사하의 손으
로 가게 되었다. 지금은 어느 것이 오른쪽이고 왼쪽인지 모르겠다.
“세이르. 괜찮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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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정신 차려요!”
윌터와 아르사하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모두 빙빙 돌고 있었다.
왜지? 왜 그렇게 흐릿해지면서 빙빙 도는 거야?
이봐… 다들 왜… 그렇게….
눈앞이 캄캄해지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박세인.
세이르라고 불리면서 내가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하는 19세.
성인이라고 하기도, 청소년이라고 하기도 묘한 시간대에 얹혀 있는 남자이며, 여
태껏 목표 없이 되는 대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에겐 분명한 목표가 있다.
반드시 이루어야 할, 내 목숨을 걸고라도 이루어야 할 목표가 생겼다.
<기필코, 반드시 돌아가고 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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